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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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자리에 / 청라

그림자가 스치는 빈 곳에 그대로 눈을 돌려도 눈을 따라오는 임의 그림자 해변의 금 모레는 아직 그대로인데 텅 빈자리 안겨오는 듯 햇살과 바람에 그 사랑이 서성인다 파도를 눈으로 담으니 그때 그 임은 어디로 가고 흔적의 사유들만 소복하다 옷깃과 옷깃이 지나쳐도 싸늘하게 떠나버린 지난날 떠돌다 멈춰버린 무게로 갯바람에 흩어진 그림자 하나 바람이 뚫고 휘감아버린 햇살이 몰운대에 걸려 웃고섯는데 그 사이 노을정을 붉게 물들인다 2022.09.02.

청라의 공간 2022.09.02

가을이 오는 소리 / 청라

강물 위에 가을바람이 앉았다 새살처럼 가을이 고개를 내밀고 어느 날 갑자기 빗장을 열며 가을 길목에 한 자락 바람이 않는다 멋스러운 계절에 풋풋하고 소슬한 바람 감각으로 살갖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향기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그대의 가을을 감싸주듯 마음껏 안고 품고 싶다 곁에 오라 함께 걷고싶다 가을의 속삭임 꽃잎처럼 휘날리던 잔잔한 그 시절이 그립다고 그리움 실어 가을에게 전한다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청라의 공간 2022.08.30

방아섬은 지금 / 청라

해풍과 바람의 길 마중 육지와 근거리의 방아섬 비릿한 갯바람 풍선처럼 부풀어 바닷가 햇살이 따사롭다 매혹적인 시월의 끝자락 통나무집 거실의 차 향에 연민이 베인 해풍의 미소 포근함을 품은 섬자락에 저물녘 불어나던 만수가 새벽 바닷가의 풍경도 물속에 들고 여명에 동동 떠는가 싶더니 작은 섬들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안개 짙은 바다가 마당인양 석화밭의 갯바람은 이마에 부딪치고 먼 바다에 떠 가는 구름은 파도에 갇힌 쪽배를 희롱하듯 시야에서 철석거리기만 하네

청라의 공간 2022.08.26

가을 범어사 / 청라

금정산 한자락 적멸에 들고 합장하는 도량에 눈을 감으면 사바세계 보듬는 화엄의 등불 템플스테이 하던 날 윤회의 설법에 두손모은 밤 자정을 향하는 한알의 염주에 백팔배 참선을 경배하고 무상무념 번뇌의 무게를 벗기로 정진을 향하는 마음 녹여서 미움을 걷어내는 고독한 처사에 신비한 바람소리 요동치며 달빛의 표정에 밑줄을 긋는다 어둠을 벗는 첫새벽이 붉은 융단을 펼치는 무늬들로 만추의 뜨락에 화엄을 품는다

청라의 공간 2022.08.24

홍도 깃대봉에서 / 청라

마파람이 빗방울 몰고 비탈진 오르막길 천둥이 합세하여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소리 깃대봉 명산을 얕본 내 탓이로다 흐릿한 섬광의 자락들 십 미터쯤이라는 산님들의 응원에 깃 대봉 표 지석 앞에 서니 정복과 해무를 한눈에 담은 그 순간 홍도의 물빛 섬들이 멈춘 듯 환희 순간을 맛보고 하늘이 교차하여 돌아서니 이 발끝을 언제 또 밟을까 목마름의 탄성에 아쉽다는 듯 후박나무 십 년 만이라고 제비꽃이 영접하는 발아래 참꽃이 꽃핀을 선물하고 야생화는 오솔길에 쉬어가라 웃는데 많은 사랑에 반가웠다고... 영호남 문학 2022, 가을호

영호남문학 시 2022.08.15

수덕사 견성암에서

수덕사 견성암 淸羅 덕숭산 자락에 칼칼한 음성(법문) 법당 안에 낮게 깔리고 수덕사 옆 견성암 (암자) 여승을 길러 낸 전통 깊은 최초 수행도량 인연이 멀어 세월에 안주하고 그 참선 도량에 두 손을 합장한다 속세를 떠나 청정의 아픔 장삼 섶에 감춘 바람의 향기 깊은 정 끊어내고 가슴 울리는 풍경소리 마음을 앉힌 산속의 푸른 솔 화려한 덕숭산에 반생을 묻고. 덕을 많이 쌓으라는 뜻의 은장 스님의 깊은 울림이 달마사 묵향 속에 젊음을 새겨 넣고 깊은 눈매 속에 감춰진 아픔 발걸음 돌리는 계곡의 물소리 고향의 푸른 숲이 그립고 새롭다. 2011. 6. 12. 충남 수덕사를 다녀오다

청라의 공간 2022.08.15

그냥 보고 싶다 / 청라

그냥 보고싶다 / 청라 그리움에 북받쳐 그냥 너를 떠올리고 웃는 얼굴 음미하며 그 시간을 끄집어낸다 현재는 아프고 흔들리고 갈증에 목말라 벗어나기 힘들지만 미래는 푸르고 창대하다 당당해야 하는 너를 어쩌자고 나뭇잎 바람에 깃발이 꺾이듯 인내는 아프고 가슴이 무척 시리다 마당가 목련도 마로니에도 감나무는 햇살에 홍조 띤 얼굴로 추억 깔고 있을지도 모르고 영원한 숙제가 아니길 바란다 한 자리에 앉는 그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동생아

청라의 공간 2022.08.12

가을로 가는길 / 청라

가을로 가는 길 / 청라 입추를 보낸 여름은 가을 속으로 익어가고 서늘한 바람이 곁에서 머물고 두근거리며 맞이하겠지 넉넉한 가을 햇살에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으로 오색 물결에 가벼운 걸음마다 꿈을 채워줄 가을의 색채 속으로 하늘도 든든한 여백이 되어 멋지게 빠져든다 말이 살찐다는 추색에 그 인연이 가을이라 할지라도 가을 가을에 감탄하고 잉태하는 기쁨을 맛볼 거야

청라의 공간 202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