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강물 위에 쓰는 편지 청라 한승희 강물이 잔잔한 시간 평온한 물보라의 음률을 타고 감추어둔 마음의 언어들 넓은 품을 묶어놓은 물소리 정겹다 시향의 언덕 언제나 편안한 쉼터이면서 깊이만큼 소중한 호흡이고 싶었다 물빛에 담아놓은 향기로운 언어들 그리움의 내밀한 결실을 차분한.. 1시집 발간 (2019) 2020.03.05
낙엽처럼...p129 낙엽처럼 / 한승희 계절에 머뭇거리는 바람 공허에 갇혀 쌓인 울분의 눈동자에 수많은 언어들을 목청으로 삼키고 야위어가는 육신 깨우는 허물의 통증에도 머리에 천둥소리 사방에 울리는 번뇌 멈추려는 호흡을 감당하지 못하고 석양을 지고 떠날 준비에 바쁘다 질긴 것 같으면서 연약..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소금꽃...p128 소금꽃 돌담 숲에 차린 살림 분가는 하였어도 텅 빈 가슴 부풀기만 했던 꿈 이것이 현실인 것을 원망 섞인 그대는 아실가 합심해서 일구자던 소금밭 허구의 가슴앓이 남몰래 늘어가고 섣부른 노동 풀칠도 무색해 방랑자의 게으른 노숙 탓인가 새끼줄에 묶인 듯 등이 타는 목마름 길 도박 ..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김해시 한림면 가동리 298...p126~ p127 김해시 한림면 가동리 298 / 한승희 한 그루 감나무 마당을 다 채우고도 땅 끝에 땅을 글고 일렁일렁 그네를 타는 만삭의 가을은 볼이 붉다 푸른 날이 꿈틀대고 햇살처럼 반짝이는 환한 마당가 그 유년의 하늘은 인생의 등불이 되어 꿈속 길을 걸으며 잊을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그리움..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빈집...p125 빈집 인기척에 여린 마디 거미줄은 얼굴을 동여매고 무작정 숨이 멎도록 안겨든다 밀어치운 잊혀진 영역들 묵힌 세월 찾아들고 미세한 가닥들이 부셔져 유년의 뜰에 그리움의 수를 놓는다 바람의 미열에 열린 목소리 초막의 고독에 고개를 들어도 홀로 안은 목마름 길 흐드러진 매듭에 ..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눈꽃 축제...p124 눈꽃 축제 / 한승희 칼날로 뭉쳐놓은 듯 생각의 끝자락 절반이 아슬아슬한 눈물 눈사람을 누드로 꾸민 설경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 차갑게 훔쳐보는 축제장 팔짱낀 모습에 방긋한 몸짓 촉수의 정적에 묻어나는 사연들 설화에 맺히는 무지의 손길 상처의 굳은살 감추고 얼려도 짧은 만..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석화...p123 석화 / 한승희 물살의 충전에 울퉁불퉁 꽃 비늘 바다 속 파도의 숨소리 차가운 물길 헤친다 딱딱한 굴곡의 몸집 층층 쌓인 돌 벽에 차단된 하얀 몸 비밀의 열쇠 풀고 우윳빛 입맞춤에 피곤함을 씻어내는 속살 달콤한 바다를 품어 삼킨다 보약이 따로 있나 물결에 순겨진 공간의 연민 사랑..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우정...p122 우정 / 한승희 안개는 구름의 그림자에 풀어놓은 도 다른 우주 말갛게 씻은 듯 바람까지 재운다 보리수나무 휘어진 가지마다 통실한 열매가 신맛을 달고 산딸기는 절정에 웃고 마당귀에 짙은 솔향기 인동초 울타리에 하얀 옷을 걸치고 풍겨오는 숲속의 운치 매달아놓은 향수 그 곳의 눈..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눈꽃 속에 아이젠 한 컬레...p120~p121 눈꽃 속에 아이젠 한 컬레 엄동에 몸살 앓던 추풍령 고개 눈꽃 속의 동장군이 살갗을 파고들 때 눈꽃 훨훨 춤추는 고속도로 하얀 세상 첫 동행 겨울의 매력은 눈꽃 산행이라 무심코 내민 아이젠 생소한 장비에 의아함이 눈에 선하다 천지를 품은 절경 정오에 도착한 선자령 초입 광활한 .. 1시집 발간 (2019) 2020.02.15
지리산 백무동에서...p118~p119 지리산 백무동에서 구불구불 산허리 계곡 따라 저녁연기 오르는 산골풍경 강산이 세 번 돌아 흔적 줍기에 가슴 보듬는 저물녘 서산 해는 입 안에 걸린 채 푸르게 옷 입은 백무동 계곡 한 자락 쉼터 분홍 꽃물 흥건한 진달래 아름답게 물들인 백무동의 금강산 음악처럼 흐르는 물소리 산장.. 1시집 발간 (2019)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