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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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갈증

바람의 갈증 / 청라 한승희 낙동강 둔치에 눈부신 햇살 인파에 출렁이는 절정의 순간 수평의 풀밭은 잔칫집이다 꽃들의 풍악에 나룻배 돛을 달고 보리밭에 유채꽃에 벌 나비 취하다가 덩달아 취하고 두 가슴 불덩이로 물위에 떠 있는 도화의 꽃잎처럼 강바람이 품어온 들녘의 심장이다 기쁨의 축제를 풍요롭게 어제는 가고 또 다른 하루가 무수하고 공허한 발자국을 바람은 자꾸 붙들고 있다 자아를 꿈꾸는 소중한 시각에 짓궂은 바람의 흔적을 어쩌라고 노을은 저물어 끝자락을 물고 속살 또한 바람인 것을.

청라의 공간 2022.05.11

오월에게

오월에게 / 청라 한승희 사소한 일상이 달빛처럼 내 무거운 부위를 편안하게 누이고 잠자리에서 별을 헤다가 하나둘 천 번을 세고 되뇌며 쫓아가다 마치 꿈속으로 빠져든다 어릴 적 엄마 무릎 베고 편안하게 사심 없이 잠들었던 내가 이제는 마음이 애절하고 폭신한 베개의 기운을 받아도 어디서나 쉽게 꿀잠을 못 잔다 추구하는 것들이 퇴색되고 갈등하며 사는 동안 삶의 만족과 본질이 경쟁하고 의미를 부여할 만큼 판단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느낌에서 어느새 오월에는 잠시 돌아보는 동안 살아도 그리움은 빈자리 어머님의 진심이 담긴 그때 그림자에 갇혀서 사랑과 열정은 속도가 다를 뿐 변함없다

청라의 공간 2022.05.07

그날의 외로운 마중

그날의 외로운 마중 청라 한승희 지나치면 스쳐가고 불러도 그냥 그대로 모른 척 가버릴 순간을 무심한 강산이 몇 바퀴나 돌았을까 그때 그 사람이 아니었음을 한적한 갯마을의 풍경 낡아 덜컹거리는 마을버스 닫아도 스르륵 열리는 창문의 틈새에서 잠시의 만남에 그림자는 아직 그대로인데 마음이 혼미해지는 외딴섬 아련하고 무상함을 마주한 모습에서 좁혀진 어깨가 초로의 연륜에 묻힌 채 어느 바닷가의 소박한 그림이 푸르다 인생은 저물고 누군지 모를 그 사람 십 분의 만남이 소녀는 늘 그리워했노라고 지난날을 허물면서 그런 게 그런 느낌이었나 산다는 건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된다 2022, 4, 11,

청라의 공간 2022.04.19

꽃잎을 밟으며 거닐다

꽃잎을 밟으며 거닐다 청라 한승희 고운 빛깔 고운 향기 싱그러움 촉촉이 날아가는 곳에 여백이 머무르는 멈춤에 날개처럼 사뿐히 날고 싶었나 의지대로 사르르 안된다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가파름에 어딘지도 모르게 바람이 되어 꽃잎은 떨어져도 소리 없이 흔들린다 피었다 지는 짧은 여정을 자유분방한 여유로움이 끄는 대로 잎새마저 수런거리는 신음소리 길섶의 요정처럼 예리하게 누웠어도 꽃잎은 고고한 그대 위대한 숨소리 다시 피는 날 나무에도 꽃물이 오르고 올라 꽃물들인 숨결에도 감동은 흐른다 "Quelques Notes Pour Anna (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청라의 공간 2022.04.18

수양버들의 노래

잎새들은 강줄기를 베고 하늘과 물빛의 사랑가에 잡힌듯 낭창한 가지마다 땅끝을 끌고 몸체는 파동의 역량에 늘어진 꽃타래는 봄을 노래한다 바람에도 자존심의 입지는 귀한 인품 겸비하고 멋쟁이로 탄생한 풀어진 분신들 사랑아 맺어진 인연에 사심없이 길꽃이되어 바들바들 그래도 당당하다 길어서 휘어진 화려함 바람이 없어도 바람이 있는듯 흔들리고 흔들리는 저녁나절에 물오른 가지꺽어 버들피리 불던 옛추억 유년이 자꾸 자꾸 생각난다

청라의 공간 2022.04.17

유채밭에서

유채밭에서 청라 한승희 노란 꽃타래가 봄햇살에 꽃무늬 바람으로 잔치를 열고 상춘객 속에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꽃수를 새기면서 찰칵찰칵 마주 보고 햇살이 물들인 유채 꽃밭에서 풍성하고 은은한 향기 화려한 봄날의 화폭처럼 진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듯 화려한 모습 꽃망울에 비틀거리는 나도 덩달아 바람꽃이 되었다가 그 자리에 같이 서본다 꽃물결 뜨락에 묻혀버린 시간들 하늘이 높고 깊어지고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눈부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자국과 그림자는 그곳에 남겨두고 아쉽지만 푸름을 약속하며 걸음을 옮긴다 2022, 4, 9, 구포강뚝

청라의 공간 2022.04.13

바람아

낙동강 넓은 뜰에 기억의 돌담길 한층 흥미롭다 초록바람 소슬한 연분에 풍악을 울리며 뜨거운 농염은 유채꽃에 보리밭에 벌 나비 노닐다 취하고 취하다가 그 광채로 두 가슴 불덩이로 태우고 태워서 풍성하게 일렁이는 자연의 섭리에 한 자락 꽃바람은 그늘을 만든다 해마다 찾아오는 이 축제를 홀로 어느 순간 막았는가? 고요가 쌓여서 침묵이게 하였건만 향톳길 물들이는 불빛이 따라간다 바람아 흔들지 마라 눈물이라도 쏟아내야 할 거냐 마음을 훔쳐가는 이 유혹을 어쩌라고 가다 쉬다 돌아보니 바람인 것을

영호남문학 시 2022.04.12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詩 / 한승희맑은 바람이 내내 흔들어도은근히 보고 싶은 마음 감추고 감추어도너를 향한 진심들이 가슴에 묻어 두었던 기억에서오랜 보고픔으로돌아보는 내 시선에적막이 숨어들어 스쳐가도어둠살이 내려는 그리움으로사방이 울어 대는 소리에눈물이 차 올라도한줄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낮게 젖어드는 두려움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뿐가슴에는 외로움이 앙상하다.

청라의 공간 2022.04.11

태화강 대숲에서

태화강 대숲에서 봄햇살이 따가운 날 대나무 생태원의 들목에 국가정원 바람이 마른기침을 삼키듯 제각각 이름표를 달고 손님을 마중한다 회심의 대궁이 검은색 노란색 황갈색 등을 연약한 품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 건너 우리 땅에 인연 맺은 녀석들 나는야 한국인 친구라고 살포시 손짓한다 우람하게 큰 키를 자랑하듯 울창한 숲 사이로 오밀조밀한 오솔길에 울타리가 필요 없는 쉼터에 테마정원 쭉쭉 솟은 멋쟁이로 눈이 부셔 한 폭의 수채화를 감동으로 바라본다 음이온이 휘감아 걷고 걸어도 상큼한 힘이 있듯 그곳에 가고 싶다 함께 걷자 십리대숲 2022. 4. 4.

청라의 공간 202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