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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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청라 한승희 바람아 흔들지 말아라 창가에 걸터앉은 애증의 갈증을 홀로 수척한 마음을 끓어내는 품은 고해 캄캄한 밤중에 쓸어내리는 눈물 호흡마다 초연한 육신이 채우고 채운 단절의 침묵이 영혼을 갉아먹은 수척한 시간들 흘러가버린 운명의 소용돌이 서성이다 등줄기가 시린데 반란을 일으키고 궤적마다 키운 병 아득한 길 생의 파동은 어둠에 아파도 표정으로 그 무엇을 말하는지 멀고도 가까운 자매라는 이름을 각각 살아왔는데 아직은 아닌 거 그러나 현실은 냉정한 것을 삶이 눈물 한 방울에 저무는가 2022, 7, 3,

청라의 공간 2022.07.03

사랑 그 시간

사랑 그 시간 청라 한승희 빈자리가 덩그러니 넓다 무력한 마음 느끼지 못하고 이제야 애잔하게 날개 접힌 빈 가슴 눈을 감아도 은은한 메아리 잎새에 새긴 연서를 어디를 향해 보내고 안부 전하리까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속삭이듯 아련하게 들려오는 듯 먼 거리의 목소리 아프게 조용히 외롭지않게 서슴없이 어루만져 주고픈 절실한 우애의 깊은 마음 늦게서야 깨달은 완성의 독백을 안으로 중얼거린들 숨길 수 없는 내 그리움을 2022, 6, 23,

청라의 공간 2022.06.23

사랑의 언약

사랑의 언약 청라 한승희고고한 물빛 바라보며사랑을 약속하던그날이 엊그제 같은데무심한 세월은 멈출 줄 모르고물보다 더 깊은사랑의 명세는물빛에 지워져 버렸네지난 시간들을 잡고다시 그 자리에 서 보니주마등처럼 흐르는깊은 회환만 가득하더라우리 언제 다시 만나추억의 책장을 넘기며아름다운 만남으로손잡고 바라볼 수 있을까사랑아 말해다오 2022, 6, 14,

청라의 공간 2022.06.13

들꽃 닮은 자운영

들꽃 닮은 자운영 청라 한승희 지워진 기억에서 추억을 줍고 유년을 소환하여 깔깔거리며 보랏빛 꽃을 꺾던 회상에 젖는다 들꽃처럼 돋아난 자운영 이랑에서 꽃시계와 목걸이를 만들어 채워주던 숨은 그리움 한 자락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비가 하늘거리던 그곳의 풍경 그 흙과 땅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림 속으로 눈 속으로 회상한다 아담한 들판에서 뛰어놀며 꽃가마 탄 듯 누비던 풀꽃 속에 영원히 피어있는 자운영이 되리라 청보리가 익어가는 어느 날에,

청라의 공간 2022.06.13

바람의 갈증

바람의 갈증 / 청라 한승희 낙동강 둔치에 눈부신 햇살 인파에 출렁이는 절정의 순간 수평의 풀밭은 잔칫집이다 꽃들의 풍악에 나룻배 돛을 달고 보리밭에 유채꽃에 벌 나비 취하다가 덩달아 취하고 두 가슴 불덩이로 물위에 떠 있는 도화의 꽃잎처럼 강바람이 품어온 들녘의 심장이다 기쁨의 축제를 풍요롭게 어제는 가고 또 다른 하루가 무수하고 공허한 발자국을 바람은 자꾸 붙들고 있다 자아를 꿈꾸는 소중한 시각에 짓궂은 바람의 흔적을 어쩌라고 노을은 저물어 끝자락을 물고 속살 또한 바람인 것을.

청라의 공간 2022.05.11

오월에게

오월에게 / 청라 한승희 사소한 일상이 달빛처럼 내 무거운 부위를 편안하게 누이고 잠자리에서 별을 헤다가 하나둘 천 번을 세고 되뇌며 쫓아가다 마치 꿈속으로 빠져든다 어릴 적 엄마 무릎 베고 편안하게 사심 없이 잠들었던 내가 이제는 마음이 애절하고 폭신한 베개의 기운을 받아도 어디서나 쉽게 꿀잠을 못 잔다 추구하는 것들이 퇴색되고 갈등하며 사는 동안 삶의 만족과 본질이 경쟁하고 의미를 부여할 만큼 판단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느낌에서 어느새 오월에는 잠시 돌아보는 동안 살아도 그리움은 빈자리 어머님의 진심이 담긴 그때 그림자에 갇혀서 사랑과 열정은 속도가 다를 뿐 변함없다

청라의 공간 2022.05.07

그날의 외로운 마중

그날의 외로운 마중 청라 한승희 지나치면 스쳐가고 불러도 그냥 그대로 모른 척 가버릴 순간을 무심한 강산이 몇 바퀴나 돌았을까 그때 그 사람이 아니었음을 한적한 갯마을의 풍경 낡아 덜컹거리는 마을버스 닫아도 스르륵 열리는 창문의 틈새에서 잠시의 만남에 그림자는 아직 그대로인데 마음이 혼미해지는 외딴섬 아련하고 무상함을 마주한 모습에서 좁혀진 어깨가 초로의 연륜에 묻힌 채 어느 바닷가의 소박한 그림이 푸르다 인생은 저물고 누군지 모를 그 사람 십 분의 만남이 소녀는 늘 그리워했노라고 지난날을 허물면서 그런 게 그런 느낌이었나 산다는 건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된다 2022, 4, 11,

청라의 공간 2022.04.19

꽃잎을 밟으며 거닐다

꽃잎을 밟으며 거닐다 청라 한승희 고운 빛깔 고운 향기 싱그러움 촉촉이 날아가는 곳에 여백이 머무르는 멈춤에 날개처럼 사뿐히 날고 싶었나 의지대로 사르르 안된다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가파름에 어딘지도 모르게 바람이 되어 꽃잎은 떨어져도 소리 없이 흔들린다 피었다 지는 짧은 여정을 자유분방한 여유로움이 끄는 대로 잎새마저 수런거리는 신음소리 길섶의 요정처럼 예리하게 누웠어도 꽃잎은 고고한 그대 위대한 숨소리 다시 피는 날 나무에도 꽃물이 오르고 올라 꽃물들인 숨결에도 감동은 흐른다 "Quelques Notes Pour Anna (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청라의 공간 2022.04.18

수양버들의 노래

잎새들은 강줄기를 베고 하늘과 물빛의 사랑가에 잡힌듯 낭창한 가지마다 땅끝을 끌고 몸체는 파동의 역량에 늘어진 꽃타래는 봄을 노래한다 바람에도 자존심의 입지는 귀한 인품 겸비하고 멋쟁이로 탄생한 풀어진 분신들 사랑아 맺어진 인연에 사심없이 길꽃이되어 바들바들 그래도 당당하다 길어서 휘어진 화려함 바람이 없어도 바람이 있는듯 흔들리고 흔들리는 저녁나절에 물오른 가지꺽어 버들피리 불던 옛추억 유년이 자꾸 자꾸 생각난다

청라의 공간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