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영호남문학 시 7

강변길을 걷다가

바람이 앉았던 돌담길 푸서리 소복하던 길섶의 끝자락에 거울 같은 물빛을 마주보고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강어귀에 담긴 버들가지 그 위에 숭어 떼의 입질이 사공이 길을 터주듯 몰려다니고 햇살이 따시게 품고 앉아 비밀의 언어들을 손바닥에 잡고 갈댓잎 행군 물에 소슬한 풍경 날개 치는 왜가리 웃음소리 흥겨운 계절의 가락으로 강둘레를 포옹하는 독백을 허물고 바람아 춤을 추어라 외치면서 봄 잔치에 푹 빠져든다 2023년 2월10일 원고마감 (5일송부)

영호남문학 시 2023.02.06

홍도 깃대봉에서 / 청라

마파람이 빗방울 몰고 비탈진 오르막길 천둥이 합세하여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소리 깃대봉 명산을 얕본 내 탓이로다 흐릿한 섬광의 자락들 십 미터쯤이라는 산님들의 응원에 깃 대봉 표 지석 앞에 서니 정복과 해무를 한눈에 담은 그 순간 홍도의 물빛 섬들이 멈춘 듯 환희 순간을 맛보고 하늘이 교차하여 돌아서니 이 발끝을 언제 또 밟을까 목마름의 탄성에 아쉽다는 듯 후박나무 십 년 만이라고 제비꽃이 영접하는 발아래 참꽃이 꽃핀을 선물하고 야생화는 오솔길에 쉬어가라 웃는데 많은 사랑에 반가웠다고... 영호남 문학 2022, 가을호

영호남문학 시 2022.08.15

바람아

낙동강 넓은 뜰에 기억의 돌담길 한층 흥미롭다 초록바람 소슬한 연분에 풍악을 울리며 뜨거운 농염은 유채꽃에 보리밭에 벌 나비 노닐다 취하고 취하다가 그 광채로 두 가슴 불덩이로 태우고 태워서 풍성하게 일렁이는 자연의 섭리에 한 자락 꽃바람은 그늘을 만든다 해마다 찾아오는 이 축제를 홀로 어느 순간 막았는가? 고요가 쌓여서 침묵이게 하였건만 향톳길 물들이는 불빛이 따라간다 바람아 흔들지 마라 눈물이라도 쏟아내야 할 거냐 마음을 훔쳐가는 이 유혹을 어쩌라고 가다 쉬다 돌아보니 바람인 것을

영호남문학 시 2022.04.12

2시간 22분 22초

2시간 22분 22초 한 승 희 노을빛이 끝자락을 밟고 마른 풀잎 간절한 날개를 접으며 은유의 소리 상상을 깨고 낮선 번호가 틈새를 휘감아 사색의 열쇠를 풀어 한걸음 다가왔다 무심코 지나친 그때 그 사람 의지의 샘을 지나 자리마다 영의 호흡이 분주하게 날아오르는 언어들을 가슴에 담고 울타리를 엮으면 편해지는 그런 느낌 연모의 향기 믿음을 키우고 순수한 사심에 좁혀진 거리 한 송이 꽃을 보듯 소슬한 그대의 눈동자 깊고 연약한 곳에 자줏빛 꽃망울은 푸른빛이 영롱하다 대화의 창으로 공감하는 이심전심 두 시간 이십이 분 이십이 초 그 호흡 잔설을 잊을 수가 있을까 2022, 봄호 제 23호 원고 한승희 ·경남 김해 출생 ·2009년 《아람문학》 봄호, 2012년 《문학도시》 시 등단 ·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

영호남문학 시 2022.02.08

은행나무 그늘 아래

은행나무 그늘 아래 (영호남,겨울호22호)2021년) 잎사귀를 꽃 보듯 펼치던 푸르고 무성한 절기가 가고 풋풋한 바람이 싸늘함에 깊어간다 가슴을 풀어놓은 환희도 가버린 날들도 저물어 묻혀가고 은행나무 숲은 어느새 노랗게 물던 열매가 익어 몸뚱이 허물어져 바닥에 누었다 껍질에서 풍겨내는 향취도 겉보다 튼실한 내면이 가득한 하얀 속껍질을 깨고 그 울음 삼킨 속살의 맛 침묵의 가슴을 열어놓았다 연민의 손끝에 접속한 지나가는 몸짓의 바람도 그대에게 쏟아지는 햇살에 물든다, .한승희 ·경남 김해 출생 2012년 《문학도시》 시 등단 ·부산문인협회 상임이사, 동래문인협회 부회장, 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동래문인협회 작품상(2020) 부산문학상 우수상(2021년) ·시집 『아버지의 자전거』 외 ..

영호남문학 시 2021.10.10

기억속의 그곳(21)

기억속의 그곳 청라 한승희 안개 촉촉한 뚝 방길 풀을 뜯는 송아지 울음소리 해질녘 고삐잡고 집으로 가는 풍경 잊고 살았던 기억속의 그곳 낙동강 언저리엔 잔잔하다 빗소리 투박하면 거친 물소리 회오리 파도에 솟아오른 수심이 전멸하는 속도가 문득 그제처럼 생생하다 결기 서린 모래바람 돌고 돌아 끌고 가다 두꺼운 은모래와 백사장에 한 자락 풀꽃으로 머물렀다고 나룻배도 뱃사공도 강나루에 침묵만 무성하니 허공을 맴돌다 등을 돌려 허기져서 떠나갔을까 시리고 푸른 강물아 항상 그립다 2021, 가을 21호 기재

영호남문학 시 2021.10.02

영호남 봄호(19호) 여름호 시편(20호)

무작정 떠나고 싶다 / 한 승 희 (여름호) 아무런 약속 없이 그냥 홀연히 떠나고 싶다 마음은 가고 싶어도 몸이 따라가지 않았는데 나를 향해 손짓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새처럼 훨훨 날고 싶다 사방의 울타리보다 나를 위해 마음껏 살고 하늘 바라보며 메아리로 달리고 싶다 떠나간 임아 오늘은 목청껏 불러보고 환상으로 번지는 환희를 펼치며 꿈으로 선회하는 웃음을 날려 보낸다. 한 승 희 경남 김해 출생, 《아람문학봄호》 (2009년), 《문학도시》 (2012) 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상임이사, 동래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동래문인협회 작품상, 시집 『아버지의 자전거』 공저시집다수 무공해 길 (19호) 봄호 한 승 희 강물위에 안개자국 나르고 바람꽃에 서린 얼음알..

영호남문학 시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