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청라의 공간 136

그리움의 뜰에는 / 청라

그날따라 바람이 불었다 입술 붉은 장미가 아파트 담장을 감고 바람에 흐드러졌다 폈다 절묘한 미열의 흔들림에 나도 꽃잎이 된 듯 따가운 햇살 아래 머리를 헝큰 바람이 얄미웠다 단비 같은 설렘은 깊게 앉은 그리움처럼 가볍고 포근한 날 하늘을 쏘아 올리듯 뻗어간 덩굴 아릿한 꽃내음 가시에 걸려 들뜬 마음 물들이고 가슴은 생각하는 영으로 흔들린다 해거름 햇살에도 꽃잎 하나 익어가는 그늘막에 동행의 가늘한 끈기는 저물도록 꽃 피운 해 따라 걷는다 5월 14일 장미의 날

청라의 공간 2022.09.06

반짇고리와 인두 / 청라

숨결이 머문 애장품들 어머님의 미소가 담긴 듯 사랑의 수를 놓던 밀어들 손끝에 여닫은 반짇고리 뜨겁게 품은 한평생 인내의 삶이 남긴 사랑의 온기 숨은 세월에 가슴을 얹는다 기다림의 독백이 멈춘 화롯불 인두가 적정한 온도면 저고리 깃과 소매 끝동을 반듯하게 잡아주던 손끝과 손길이 달무리에 떠는 별이 되어 어둠을 태우고 불꽃을 피워서 그리움을 풀어놓은 곳 어머님의 사랑 눈물의 꽃인가

청라의 공간 2022.09.05

그때 그 자리에 / 청라

그림자가 스치는 빈 곳에 그대로 눈을 돌려도 눈을 따라오는 임의 그림자 해변의 금 모레는 아직 그대로인데 텅 빈자리 안겨오는 듯 햇살과 바람에 그 사랑이 서성인다 파도를 눈으로 담으니 그때 그 임은 어디로 가고 흔적의 사유들만 소복하다 옷깃과 옷깃이 지나쳐도 싸늘하게 떠나버린 지난날 떠돌다 멈춰버린 무게로 갯바람에 흩어진 그림자 하나 바람이 뚫고 휘감아버린 햇살이 몰운대에 걸려 웃고섯는데 그 사이 노을정을 붉게 물들인다 2022.09.02.

청라의 공간 2022.09.02

가을이 오는 소리 / 청라

강물 위에 가을바람이 앉았다 새살처럼 가을이 고개를 내밀고 어느 날 갑자기 빗장을 열며 가을 길목에 한 자락 바람이 않는다 멋스러운 계절에 풋풋하고 소슬한 바람 감각으로 살갖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향기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그대의 가을을 감싸주듯 마음껏 안고 품고 싶다 곁에 오라 함께 걷고싶다 가을의 속삭임 꽃잎처럼 휘날리던 잔잔한 그 시절이 그립다고 그리움 실어 가을에게 전한다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청라의 공간 2022.08.30

방아섬은 지금 / 청라

해풍과 바람의 길 마중 육지와 근거리의 방아섬 비릿한 갯바람 풍선처럼 부풀어 바닷가 햇살이 따사롭다 매혹적인 시월의 끝자락 통나무집 거실의 차 향에 연민이 베인 해풍의 미소 포근함을 품은 섬자락에 저물녘 불어나던 만수가 새벽 바닷가의 풍경도 물속에 들고 여명에 동동 떠는가 싶더니 작은 섬들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안개 짙은 바다가 마당인양 석화밭의 갯바람은 이마에 부딪치고 먼 바다에 떠 가는 구름은 파도에 갇힌 쪽배를 희롱하듯 시야에서 철석거리기만 하네

청라의 공간 2022.08.26

가을 범어사 / 청라

금정산 한자락 적멸에 들고 합장하는 도량에 눈을 감으면 사바세계 보듬는 화엄의 등불 템플스테이 하던 날 윤회의 설법에 두손모은 밤 자정을 향하는 한알의 염주에 백팔배 참선을 경배하고 무상무념 번뇌의 무게를 벗기로 정진을 향하는 마음 녹여서 미움을 걷어내는 고독한 처사에 신비한 바람소리 요동치며 달빛의 표정에 밑줄을 긋는다 어둠을 벗는 첫새벽이 붉은 융단을 펼치는 무늬들로 만추의 뜨락에 화엄을 품는다

청라의 공간 2022.08.24

수덕사 견성암에서

수덕사 견성암 淸羅 덕숭산 자락에 칼칼한 음성(법문) 법당 안에 낮게 깔리고 수덕사 옆 견성암 (암자) 여승을 길러 낸 전통 깊은 최초 수행도량 인연이 멀어 세월에 안주하고 그 참선 도량에 두 손을 합장한다 속세를 떠나 청정의 아픔 장삼 섶에 감춘 바람의 향기 깊은 정 끊어내고 가슴 울리는 풍경소리 마음을 앉힌 산속의 푸른 솔 화려한 덕숭산에 반생을 묻고. 덕을 많이 쌓으라는 뜻의 은장 스님의 깊은 울림이 달마사 묵향 속에 젊음을 새겨 넣고 깊은 눈매 속에 감춰진 아픔 발걸음 돌리는 계곡의 물소리 고향의 푸른 숲이 그립고 새롭다. 2011. 6. 12. 충남 수덕사를 다녀오다

청라의 공간 2022.08.15

그냥 보고 싶다 / 청라

그냥 보고싶다 / 청라 그리움에 북받쳐 그냥 너를 떠올리고 웃는 얼굴 음미하며 그 시간을 끄집어낸다 현재는 아프고 흔들리고 갈증에 목말라 벗어나기 힘들지만 미래는 푸르고 창대하다 당당해야 하는 너를 어쩌자고 나뭇잎 바람에 깃발이 꺾이듯 인내는 아프고 가슴이 무척 시리다 마당가 목련도 마로니에도 감나무는 햇살에 홍조 띤 얼굴로 추억 깔고 있을지도 모르고 영원한 숙제가 아니길 바란다 한 자리에 앉는 그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동생아

청라의 공간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