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바람이 불었다
입술 붉은 장미가 아파트 담장을 감고
바람에 흐드러졌다 폈다
절묘한 미열의 흔들림에
나도 꽃잎이 된 듯
따가운 햇살 아래
머리를 헝큰 바람이 얄미웠다
단비 같은 설렘은
깊게 앉은 그리움처럼
가볍고 포근한 날
하늘을 쏘아 올리듯 뻗어간 덩굴
아릿한 꽃내음 가시에 걸려
들뜬 마음 물들이고
가슴은 생각하는 영으로 흔들린다
해거름 햇살에도
꽃잎 하나 익어가는 그늘막에
동행의 가늘한 끈기는
저물도록 꽃 피운 해 따라 걷는다
5월 14일 장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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