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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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향연

동행의 향연 / 청라 한승희 밤새도록 내린 비가 여명의 햇살에 벗기로 결심하고 말끔히 씻긴 하늘에 하얀 구름이 몇 가닥 봄의 왈츠를 추는 듯 깜짝 쇼처럼 해맑은 하늘이다 가로수에 먼지를 털어 내린 자연 속의 상큼한 공기의 안내자가 되듯이 방향은 매화농원으로 달려가고 그러나 왠지 비님이 앗아간 꽃잎들이 안타까움에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면서 봄이 아파했으리라, 그런데 물먹은 젖은 뿌리는 황홀한 춤을 추고 이제 세상 구경을 했으니까 꽃잎은 떨어져도 만족한 웃음을 내년에 만나자는 속삭임 소리 상춘객들의 발자국이 그대로 찍힌 채 돌아보니 그의 피와 땀이 배웅하며 환하게 손 흔들고 웃고 섰다 2022. 3. 26. 광양 매실원을 다녀오다

청라의 공간 2022.03.29

아름다운 방황

아름다운 방황 / 청라 한승희 무작정 홀로 걷는다 습관처럼 틈새를 타고 가벼운 듯 푸른 호흡을 마시는 여유로움 강바람이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에 자연이 그려놓은 명품의 산책길 좁은 길에 서로 양보하며 마음이 맑아지는 공간 봄날이 차려놓은 길목을 따라 돌담 속에 피고 있는 노란 웃음들이 바람 타고 힘차게 날고 싶어 강물이 요동칠 듯 휘감아 돌다가 연둣빛 바람이 되었을지도모르고 물 내음 비틀거리는 방황에 사랑스러운 봄날은 탐스럽고 얌전한 물안개로 피고 있다 2022, 3, 24,

청라의 공간 2022.03.24

봄을 캐는 여인

봄을 캐는 여인 청라 한승희 간밤에 내린 비로 감미로운 겨울잠을 깨고 봄햇살에 나온 세상 땅 위를 뚫고 봄이라고 외치며 기지개 켜는 함성의 그대들 고군분투 배려하며 나왔을까 어디서 태어나도 나는야 봄처녀 걷지도 서지도 앉은 채로 어느 님의 바구니에 살포시 담기기를 소망하는 길섶의 쑥 무덤 이슬도 털어내고 봄햇살 받아 나그네의 소망을 기다리는 나는야 그 향기에 푹 빠지고 싶은 봄봄 봄바람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2022, 3, 21,

청라의 공간 2022.03.21

봄꽃은 사랑인가

봄꽃은 사랑인가 청라 한승희 터질듯한 얼굴이 발그레 방실방실 꽃대 안에 나풀거리며 강변길에 늘어진 꽃들과 춤추는 나무들 뜬구름처럼 여유로운 소통이 봄을 곁에서 기다린 듯 물빛에 감추어진 그림자 강물에 덩실덩실 자맥질하고 물오르는 가지에 넉넉한 꽃망울 강바람이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 호사롭게 그네 타는 너 향기만으로 부풀어하는 봄 잔치 강줄기 따라 바람의 몸짓에 있는 듯 없는 듯 계절에 피고 지고 분홍색 사랑을 즐기고 보듬어간다

청라의 공간 2022.03.20

코시국 언제쯤 끝날까

코시국 언제쯤 끝날까 / 청라 한승희 지루했던 연속의 코로나가 머잖아 끝날 거라 믿었는데 델타에 기세 등등한 오미크론에 또 다른 이름에 변이가 또 찾아왔네 매일 활동을 하는 사람도 집콕을 하는 사람도 쏟아내는 습관적 투정이 그냥 있어도 쌓여가는 답답함을 변신에 변이가 되어버린 엉뚱한 것이 어둠에 소리 없이 아파도 그 시간은 아련한 역풍의 독백을 갈길이 언제인지 예측은 없지만 바람이 옷깃을 여밀 때 깨어진 일상이 봄바람에 걷히고 급증하는 환자수가 줄어들어 독감처럼 훨훨 떠나면서 철저한 예방 속에 웃음 가득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청라의 공간 2022.03.18

내 그리움 가져간다면

바람으로 향하는 길 아직도 여행중이신지 망서리는 길을 걷지도 못하고 무엇이 벽인지 소심하고 답답하다 젖은 바닷가 칭얼데는 독백을 어찌 접지 못하는 마음 탓인가 유유자적 뜬구름따라 머물었던 순간마다 선물이었고 돌아갈 수 없는 그 자리에 한번쯤 뒤집고 싶어도 한폭의 향기만으로 무지개가 되어 혼자서 중얼거린다 넓은 색깔로 꿈을 꾸고 쓴웃음 짓다가 조용하게 눈감고 내안의 수심도 창가에 너가있어 홀가분하게 잊고 싶은 사람 가시같은 자국들의 흔적이 찢어진 아픔이되어 내안에 자리잡고 보고픈 사람 그리움만 아롱진다 2022, 3, 15,

청라의 공간 2022.03.12

언제부턴가 아프다

언제부턴가 아프다 / 청라 한승희 이유도 없이 몸살을 앓는다 꾸준히 운동하고 노력을 하건만 무슨 바람에서 조용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건가 외출을 자제하니 습관처럼 깊어지는 공백이 좁혀진 시야에 무엇을 바라는지 대상 없이 감당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일주일이 떠나고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올까 목이 아프고 건조한 나무들은 마음의 평정을 풀꽃으로 떠돈다 햇살에 웃음 터지는 날 계절의 옷을 벗고 꽃피는 삼월에 따끈한 커피 찻잔에 놓고 찬란한 봄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2, 2, 22

청라의 공간 2022.03.06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의 그림자 청라 한승희 그 사람 옆 자리는 푸르고 내 것이라 착각하는 정원에서 어느새 그만큼 추억이라고 생각 못한 어리석은 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배려한 게 없는 것 같다 곁에 있을 땐 몰랐다는 것 그 그림자 오래 보이지 않으니 계절 따라 흘러간다는 거 왜 이제야 돌아보는지 빈자리가 허공이라 생각하나 봐 오색의 물안개로 피어 포근히 감싸주고 눈동자에 웃음 가득한 사랑의 충만한 봄빛을 기대하면서. 2022, 2, 26,

청라의 공간 2022.02.26

2시간 22분 22초

2시간 22분 22초 한 승 희 노을빛이 끝자락을 밟고 마른 풀잎 간절한 날개를 접으며 은유의 소리 상상을 깨고 낮선 번호가 틈새를 휘감아 사색의 열쇠를 풀어 한걸음 다가왔다 무심코 지나친 그때 그 사람 의지의 샘을 지나 자리마다 영의 호흡이 분주하게 날아오르는 언어들을 가슴에 담고 울타리를 엮으면 편해지는 그런 느낌 연모의 향기 믿음을 키우고 순수한 사심에 좁혀진 거리 한 송이 꽃을 보듯 소슬한 그대의 눈동자 깊고 연약한 곳에 자줏빛 꽃망울은 푸른빛이 영롱하다 대화의 창으로 공감하는 이심전심 두 시간 이십이 분 이십이 초 그 호흡 잔설을 잊을 수가 있을까 2022, 봄호 제 23호 원고 한승희 ·경남 김해 출생 ·2009년 《아람문학》 봄호, 2012년 《문학도시》 시 등단 ·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

영호남문학 시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