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12월에는 / 청라 마지막 달력을 넘기다 보니 비밀의 열쇠를 푸는 것 같아 번민과 희열 두근거리고 설레고 쌓아 올린 가슴에 기대가 한아름 희망에 휩쓸린 무게의 습작이 영혼의 글감을 자의로 적을 뿐 존재로 쌓아 올린 창날의 빛에 이방인의 그림자 푸른 밤일 지라도 사랑 하나 꿈 둘 물들인 곳에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발판으로 12월에는 희망의 달이기를 기대하면서 2023, 12, 1, 청라의 공간 2023.12.01
교차로에 선 나무 교차로에 선 나무 / 청라 한승희 차가움이 파고들어 가을도 겨울도 아닌 교차로에 생과사의 경계를 허물며 채우고 비우고 머물다 작은 흔들림에 떨리는 갈망을 가슴 열어둔 아우성에 바람길 따라 바스락거리면 고단한 심장이 덜컹거리고 무늬에 젖어 알몸인 채로 그대로 펼쳐지는 두 갈래 뿌리 허공을 보며 빗장이 풀리고 변화를 두들긴들 발등에 덮이는 미련한 만남 바람의 계단에 점유되어진 영혼을 빼앗기고 사금처럼 올올이 흩어진 날개가 가볍게 파고든다 청라의 공간 2023.11.30
가을 장미 가을 장미 청라 한승희 잡힐 듯 말 듯 네가 있어 감춘 사랑 작은 기쁨으로 크다랗게 마주보고 웃게하고 사랑해서 행복했다 진홍빛 꽃 진 자리 가시가 맺혀 연모하는 정 흥건히 고여 햇살에 내민 속살 흩어져 날아가고 흠모하던 꼬마 장미 기억으로 묻어두고 마른 울음 말라서 부서져도 푸른 날개 품에서 아픈 몸 감추며 사랑하리 청라의 공간 2023.10.02
가을과 동행 가을과 동행 / 청라 밤새도록 내린 비가 꽃들은 아파했으리라 여명이 벗기로 결심한 말간 하늘에 구름 몇 가닥 깜짝 쇼처럼 해맑은 하늘이다 가로수에 먼지를 털어 내린 상큼한 안내자가 되듯 그대와 동행한 길 이 가을이 가장 넓고 널따란 독특한 매력으로 황금빛 풍경에 걸음이 즐거웠다 청라의 공간 2023.09.05
샛강의 추억 샛강의 추억 / 청라 한승희 떠오르는 회상 하나 영화 같은 한 장면이 뇌리를 스치고 그림자 소복하고 풀숲이 우거진 한적한 샛강을 그리움의 먼 하늘에 지난날의 기억을 줍는다 대야에 떡밥 담고 애리와 아장거리며 걷던 길 강둑에 서서 들살을 놓고 떡밥을 양쪽으로 뿌리는 순간 입질에 몰려드는 붕어 떼 귀염둥이 몸부림에 천진한 호기심 오빠와 걷던 추억의 그림자 아직도 그 길이 여전한지 눈끝에 자리 잡고 아롱거린다 세월은 늙지 않고 그대로 기억을 꺼내면 유년은 간데없고 껍데기 명상에 젖어들어 샛강의 언덕배기 아직도 잡풀이 무성하겠지 2023, 8, 29, 청라의 공간 2023.08.29
가을 강으로 가을 강으로 청라 한승희 하늘이 높아지면 무작정 풀밭 건너서 목적 없이 그냥 한 줄기 바람이 춤을 추며 날개를 펼치는 가을 강으로 날아가고 있다 오동나무 숲 길에 색채가 고와서 어느새 마음이 가는 데로 산책길 한적한 잔디밭에 앉았다 햇살 짙게 깔린 오후의 태양 그림자 한 자락 가을을 등에 지고 살랑한 구름에 가리어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가을이 여유롭게 손짓하고 부를 것 같아 기다림의 갈증을 수심의 유혹 속으로 빠져들다 청라의 공간 2023.08.23
미소 미소 / 청라 한승희 추억을 꺼내서 풀빛 같은 강 바람을 만나 한 의자에 앉은 너와 나 바람 부는 곳에서 미소 가득 머금었지 이웃에 정착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으로는 반가워서 미소 짓고 삶의 색깔 달랐지만 함께 가는 그리움으로 살자고 고마워 친구야, 청라의 공간 2023.08.21
그림자 하나 그림자 하나 / 청라 한승희 돌고 돌아 늦은 시간 감기를 한 보따리 들고 집으로 가는 길섶에서 어둠에 서있는 그녀의 두 손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뒤엉킨 여운들 소복하고 은은한 메아리에 푸른 봇집들 바리바리 내려놓고 계절을 거둔 수확도 줄줄이 오가는 교감도 생생한 목소리에 담긴 웃음 순한 양처럼 가볍고 생의 날들 채워가자는 일상의 취기에 바람이 달려간다 2023, 6, 13, 청라의 공간 2023.06.13
강변길을 걷다가 바람이 앉았던 돌담길 푸서리 소복하던 길섶의 끝자락에 거울 같은 물빛을 마주보고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강어귀에 담긴 버들가지 그 위에 숭어 떼의 입질이 사공이 길을 터주듯 몰려다니고 햇살이 따시게 품고 앉아 비밀의 언어들을 손바닥에 잡고 갈댓잎 행군 물에 소슬한 풍경 날개 치는 왜가리 웃음소리 흥겨운 계절의 가락으로 강둘레를 포옹하는 독백을 허물고 바람아 춤을 추어라 외치면서 봄 잔치에 푹 빠져든다 2023년 2월10일 원고마감 (5일송부) 영호남문학 시 2023.02.06
부르지 못하는 이름 / 청라 부르지 못하는 이름 / 청라 그냥 모른 채 외면하는 어깨 위에 내리는 아픔을 아는가 안으면 안겨들지 못하는 서러운 너의 잃어버린 시간을 인기척 없는 봄바람은 아는지 길게 누운 바람은 머리를 스치고 몰려오는 시간 사이로 허기진 마음이 꾸역꾸역 따라온다 가슴에 앉은 절절한 그리움을 새로운 세상에 어찌 적응하는지 부르지 못하는 너를 가슴에 안고 꿈에서 깨지 못하고 보라색 꽃다발을 안겨 주려니 웃고만 섰네 청라의 공간 202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