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향기로운 공간!

문학도시 원고

문학도시 응모작 시 10편 2012년 8월 통권 113호 수록

그나래 2012. 7. 31. 15:17

색채의 울림. 백목련 . 금정산...3편 수록

 

문학도시 응모작

 

1.색채의 울림

2.백목련

3.금정산

4.미래를 위하여

5.춘란

6.모란의 변주

7.달팽이

8.유자나무

9.을숙도 강변에서

10.사자탈춤...10편

kyh Y

 

 

1. 색채의 울림 

 

한승희

 

 

노란 얼굴을 감추고

책갈피 속에 잠자던 은행잎이

음반 위에서 돌아가는 소리처럼

추억의 두깨를 한겹 한겹 벗기고

 

떨어진 낙엽은 베일에 가린 채

촉촉한 가슴에 젖어

바람을 타고 흘러 다녔더라면

지난 날을 보고 들을 수 없으리

 

내 곁에 머무는 추억만으로

구름 같은 날개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종달새처럼

조용히 잠자던 나의 혼을 깨우누나

 

세월의 잔등을 타고

기지개를 펴보는 기회를 가질 때

황금빛 소리로 풀어내는

지난 날을 오늘처럼 울리는 색채를 본다.

 

 

 

2. 백목련

 

              한승희

 

 

그대 마음 훔치려고 뜰 앞에 선다

하얀 미소와 방실 웃는 대화까지

떨리는 잔가지에 몸을 맡기고

침묵을 깨는 꽃잎은

햇살처럼 일렁인다

 

칼바람 휘어 감는 시련 이겨내고

봄 입김 흩날리는 길목에서

그리움을 밀어 올리는 고고한 향기

눈길마저 외면하지 못하게 소리치네

 

가슴에 불어오는 바람마저

봄비가 녹아던 이슬을 머금고

구름 자락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떠돌고 속삭이는 설레임을 풀어낸다

 

가슴에 저린 아픔마저 날려버리고

마음 밭의 향기도 풀어내고서

바람의 미소와 어울려 떠도는

대지의 훈향이

저무는 하루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구나.

 

 

3. 금정산

 

                  한승희

 

 

한나절 해를 빌려 계곡에 앉아

바위를 쓸고 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면

내 가슴을 씻어주는 소리 들린다

 

산을 타고 나무숲에 감기어

초록의 바다에 운무가 난무할 때

풋풋한 젊음을 되찾은 얼굴이

갈배 옷자락에 감겨드는 포옹 속에

단꿈을 꾸고 있는 고당봉을 지우고

 

아름드리 노송도 숨막히게 끼어들어

터줏대감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솔향 짙은 가지에 뛰놀던 다람쥐도

환희의 숨결을 감추고

일색으로 묻혀 있는 비탈에 선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망초 꽃

막막하게 펼처진 구름안개 속에서

숲 속을 넘나드는 환상에 젖어

운무가 쓸고 가는 소리마저 듣고 있는지.

 

 

 

4. 미래를 위하여

 

 

                      한승희

 

 

높게 깔린 바람의 등쌀에

훌쩍 뛰어내린 독백의 흐느낌일지라도

 

낯선 혼돈에 헉헉대는 소리는

짧은 호흡으로 모퉁이에 갇히고

하늘이 잿빛으로 듬성듬성 나뭇가지에 걸려

무한한 자유를 볼 수 없지만

 

호젓한 여운에 꽃을 피우고

갈등을 풀어내는 싸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황홀한 새싹을 응시할 때

이른 봄의 환희는

자박자박 걸어나오는 기미를 알 수 있어

미소를 채우는 미래의 공간을 채워주리라.

 

 

 

 

5. 춘란

 

 

                    한승희

 

 

흙 한 줌 없는

고운 마사 틈에서 인고의 나날

찬물 세례에 진한 울음 토할 때도

외롭고 깊은 어둠에 파묻힌 뿌리를

어쭙잖게 구석진 자리로 옮겨 놓아도

서러운 아픔을 이겨내고

 

창가에 햇살 한 자락 받지 않아도

우아하고 수줍은 맵시로

대궁 속에서 뿜어내는 향기를

기다리는 마음 위무하구나

 

상큼한 향내는 멀리서 손짓하고

내 가슴을 훔치며 손짓하는 갈구를

한 올 한 올 풀어주는 환희의 미소

 

곱게 피워낸 소심素心

텁텁한 기분을 털어주고

수줍게 폴폴 내 품에 스며들어

닫힌 빗장을 풀어주듯

안온한 한숨을 풀어내게 하는구나.

 

   

6. 모란의 변주

                    한승희

   

햇살 겹겹이 주워 담아

허공에 떠다니는 향기를

실바람에 풀고 있는 붉은 모란

 

잎새에 감춰진 연정의 불꽃 감싸고

봉곳봉곳 부풀어 올라

환희와 외로움 삼키며

주인 잃은 마당에 허허로움을 날리는

벌 떼의 향연은 이어지고

나그네 찾아드는 돌담 안에

한 세기를 풍미한 열정의 함성이 뜨겁다

 

임 향한 그대 체취

애끓는 시향을 바위 속에 새겨놓고

세월의 뒤란에 맑은 통증을 삼키고

마른 잎처럼 푸석해져도

 

이별이 아쉬워지지 않는

애절한 꽃잎 촉촉이 젖어

아득한 연륜의 너울로

뜨락에 붉게 피어나 임의 혼을 부르는

모란의 변주는 끝나지 않고.

 

   

7. 달팽이 

 

             한승희

 

 

집 한 채 등에 지고 가는

삶의 무게

더듬이를 지팡이 삼아 끝없는 길을

임에게 품은 입김 감아올리며

 

어디쯤에서 만날지도 모르지만

지치지 않은 몸뚱이를 내밀고

끝없이 헤매는 방황의 늪에서

내쉬는 숨소리 허허롭구나

 

끈적이는 몸통으로

애끓는 분비물을 온몸에 감고

이슬 밭에 헤매는 생명의 비애

 

얼룩진 눈물의 방랑자처럼

떠도는 세월을 안고

정처 없는 시공을 그리며

흔적이 멈추는 그날까지.

 

 

8. 유자나무

 

                  한승희

 

 

포실한 풍경을 담아

노란 향기 넘쳐 흐르는

울타리 안의 주인처럼

활력을 넘치게 하는 유자나무

 

가슴을 열어 만남의 장소를 만들어 놓고

희망과 사랑을 함께 심은 내 뜨락

 

하얀 꽃 타래에 짙은 입술

나날이 꿈을 옮겨놓는

황금빛 유자

찬 이슬 삼켜도 튼실하게 여문 사랑

 

외롭게 익어가는 밤에도

황금빛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낯선 몸짓에 낙화되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사치스러운 외출이란 있을 수 없구나

 

무한한 향내를 품고 사는 열정에

연모로 달래는 작은 흔들림에도

생명의 손짓을 잊지 않네.

 

 

 9.을숙도 강변에서

 

                한승희

   

하얀 물보라를 토하는 강변에서

너울대는 수면 위로

노을이 넘쳐흐르고

바람의 날개로 말아 가는 물길에

풍덩 빠져드는 철새의 환호

 

고요를 깨우는 물비늘이

봄의 입김처럼 온몸에 감아 들고

강길 따라

강 마을을 적시면

갈대의 노래는 끝이 없다

 

물길의 깊이만큼 어두운 마음을

다 헹구어 낼 수 있다면

노을처럼 내려앉은 황홀한 순간을

여정에 없는 강심을 알아 보련만.

 

 

10. 사자 탈춤

 

                      한승희

 

여수세계박람회에 색다른 사자가 나타나다

초원에서 맹수처럼 포효하지도

어설렁그리지도 않으나

공연장에서 맹수의 행세를

계단 위를 오르내리며 높이 뛰어야 하고

사나운 눈을 부라려야하는 재주를 부리는

 

비록 사자의 탈을 쓰고 나왔지만

이 탈춤 속에 춤추는 두 사람

사자의 오장육부의 힘찬 근골을

발휘해야하는 몸둥이로

신바람을 풀어내어야 하는 춤을

 

두 사람은 손발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어야 하니

사자 탈을 앞에 두고 묵념을

공연장 한가운데 만들어 놓은 층층 계단 앞에서

두 손 모은 자세로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된다

 

두 사람이 한 마리의 사자로 태어나기 위해

사자의 탈 속에 들어간다

한사람은 사자의 앞다리로

또 다른 사람은 뒷다리의 역할을 한다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예의를 갖춘 맹수

평지에서 초원을 달리는 형국을 자아내다가

층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춤은 바위를 타는 사자보다

더 무섭게 뛰고 계단 위를 오르내리지만

숙련되지 않고서는

바위 위에서 해낼 수 없는 사자이여라.

 

~~~~~~~~~~~~~~~~~~~~~~~~~~이상 10편 

 

 

 

 

 

 

kyh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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